무한계단상승. 돌고 돌고 돌아 올라가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조금이라도 지체 했다가는 녀석들에게 따라 잡히기에 멈출 수 없었다.

높은 곳에서 울부짖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그들이 피를 원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물로 넘어지다시피 달려 들어섰다.
다른 건물을 선택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거리로 나가면 잡히는 것이 당연하다.
이 건물을 선택한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어 졌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쉽게 올라섰으나 3층을 올라가기도 전에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확연했다.
한번에 세 계단을 올라가던 몸은 이윽고 두 계단을 올라갔다. 적어도 옥상까지 피해야한다.
최대한 멀리. 최대한 오래 살아야한다.
날카로운 것이 몸에 가득 박히는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소름이 돋았다. 물어 뜯겨 너덜너덜 해지는것은 싫다.
아픈것은 사양이다. 몸이 달아올랐으나 냉기로 차가웠다. 모든 생물이 도달한다는 죽음에 가까워진것이 싫다.
옥상으로 가야한다. 멀리 피해야한다.

숨을 돌리려 잠깐 멈추었을 뿐인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폐에서 가득찼던 공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숨소리가 가득했다.
시멘트를 긁고 박차오르는 소리. 다가오는 소리는 지치지 않았고 리듬감이 있었다.
욕을 한바탕 내부으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재촉해 처음의 기분으로 뛰어 올랐다.

모퉁이를 돌자 같은 풍경이 지나간다. 몇 층인지도 모른채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몸을 움직였으나 다리가 움직여 주질 않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재촉하고 앞으로 몸을 기울여 다시 계단을 짚었다.

거리를 좁혀갔다. 리듬감이 가득한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린다.

몇 층을 더 올라가자 온 몸이 모두 심장이 된것 같이 혈관이란 혈관에서 박동이 느껴졌다.
들숨과 날숨이 혼동이 와서 숨을 쉬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머리에서는 그저 올라가야한다는 생각 만이 들고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올라가자. 올라간다. 올라갔다.
두 다리가 올라가지 못하면 두 손으로 돕고.
심장이 뛰지 않으면 온 몸으로 고동치고.

바짝다가온 녀석이 보였다.
바짝다가온 녀석이 보인다.
나와 녀석의 소리가 가득했다.

도망치지 못하면
그래, 물어뜯는다.

계단에 피가 가득 뿌려졌다.

그가 나를 물었다. 나는 그를 물었다.
내가 그를 물고 그는 나를 물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살을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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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꺠어나자 내가 도망자였는지 추격자였는지 어디서부터 시점이 바뀐건지 모호하다.
끝없이 달렸더니 토할 것 같았다.

by 알프 | 2009/06/30 08:20 | 혼자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헛소리.

언젠가 이 황량한 밤중에 내가 술과 담배에 쩔어 공상에 젖어 갈 때
잊혀진 꿈들의 괴상하고 멍청한 이야기들을 떠올리다가.
꾸뻑 졸아 책상에 대가릴 박기 전에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누군가 젭싸게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
누가 왔남 난 혼자 궁시렁 거렸지.
초인종 누르고 도망간건가? 그뿐.


아,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새벽 5시였다는 것을.
꺼져있는 형광등 하나가 침대 위에 귀신같이 그림자를 가져다 놓았던.
나는 무심코 바랬지. 그가 도망치지 않아 주기를. 그것은 헛짓거리였어.
나의 낙서에서 이해불가능을, 그 이해 불가능은 그녀를 위한것.
신들이 장난 치는 이 세상에 둘도 없지만 이미 색이 바랬던 그녀.
여기는 더 이상 이름이 없네.

흐릿한 아침이 어지러움에 휘둘리는 그 광경이
나를 떨게하네. 성인이 된 후로 매일 느끼는 속뒤집힘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우네.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려 나는 일어서서 되뇌이네.
어떤 미친놈이 이 새벽에 초인종을 누르고 튄다냐.
어떤 미친 또라이가 이 새벽에 초인종을 누르고 튀냐.
그뿐이니 아무것도 아니였어.


이윽고 나는 잔인해졌다.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나는 말했다.
야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얼어죽을 이 샵숑아이야.
내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지금이 몇시인줄 아냐 이 어후와 둥둥아.
동네 사람들 다 깨워볼 아량이냐 너 같은 놈은 구르다가 전봇대에 부딪칠것이야.
그리고는 잽싸게 대문을 열었다.
거기는 어둠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둠 속 깊이 응시하며 나는 오래 거기 서 있었다.
분통해 하며, 짜증내 하며,
막 햘렐레 하는 꿈의 절경에 들어가기 직전이였는데!
그러나 침묵은 깨어지지 않았고, 증거는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그 때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단지 "샵숑아이같으니"라는 속삭임뿐이었다.
이렇게 내가 속삭이니 메아리가 "ㅋㅋㅋ"라고 그 말을 되받았다.
단지 이것뿐, 아무것도 없었다.


내 얼굴의 온 혈류가 불타 올라 방 안으로 되돌아서니
곧 다시 전보다 좀 더 크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분명히" 나는 말했다. "분명히 잡히면 죽는다.
그럼, 어떤 샵숑님이 거기 있는지, 네놈의 할아버지를 걸고 정체를 밝혀야지
내 마음 잠시 진정시키고 범인을 밝혀야지
단지 초딩일 뿐, 아무것도 아냐!"

----- 여길봐 얼른 뽀오. 길가 막자 中

그냥. 누가 에드가 앨런 포 이야기를 하길래 생각이 나서 굴러다니던 갈가마귀 가지고 헛소리....
책마다 번역이 다 다르더라고. 막 가져다 쓰기에는 너무 길어서(...)

...........에드가 앨런 포님 죄송함미다.
하지만 님의 책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들어가기 너무 위험한 곳이여염.

by 알프 | 2009/06/19 04:50 | 혼자 생각하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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